국산 스피커 분야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에어로가 내놓은 또 하나의 5.1채널 패키지 시스템. 서브우퍼를 제외 한 모든 채널에 같은 소재와 규격의 유닛을 채용해 일체감을 높였으며 설계에 있어서도 자사가 보유한 노하 우를 그대로 반영시켜 음질 향상을 실현했다.

하이파 이로부터 시작해 AV용 멀티채널 시스템이 주를 이루는 근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꾸준히 새 로운 제품을 출시해오고 있는 에어로 시스템은 사실상 척박한 국내 스피커 시장에서 전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이다. 디지털 기술력을 통해 단기간에 성취가 가능한 여타 분야와 달 리 스피커의 경우 오랜 기간 쌓여진 풍부한 제작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바로 이 점에서 에어로의 오랜 공력 은 설득력을 갖는다. 보급기로 출시되는 제품들의 면면이 결코 허술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데, 저렴한 가 격표를 달고 새로이 출시된 에오로의 980 시리즈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지 테스트를 통해 알아보도 록 하자.

CIE 인클로저 기법으로 재생되는 3차원 입체 음향

980 시 리즈는 말 그대로 980이라는 모델명으로 시작하는 각 채널별 스피커가 패키지 형태로 구성된 5.1채널 시스템 으로 프런트와 리어, 센터 채널간의 유닛 구성은 각각 차이가 있지만, 사용된 유닛의 소재와 규격은 동일하 다. 여기에 할러소닉(Holosonic)이라 명명된 에어로 고유의 인클로저 설계 기술 역시 꾸준한 개량을 통해 이 시스템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스피커 설계에 대한 에어로의 주된 노하우는 사실 캐비닛 내부에 발생하는 음의 회절, 반사, 흡수에 대한 최적의 제어 기술로 설명되는 CIE 인클로저 기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다. 그리고 이 기법을 통해 재생되는 3차원 입체 음향의 구현은 바로 에어로 사운드만의 특징이기도 하 다.

톨보이 형태의 프런트는 3웨이 4스피커 구성의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으로, 25mm의 소 프트 돔 트위터와 125mm의 케블러 콘이 사용된 3개의 베이스 유닛이 미드레인지와 더블 우퍼의 역할을 수 행하도록 되어 있다. 참고로 우퍼 유닛에 사용된 케블러 진동판은 가볍고 강성이 뛰어난 소재로, 빠르고 정 확한 반응을 보이는 특성 때문에 높은 가격대의 제품군에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임피던스와 출력 음압 레벨 은 각각 6.3Ω과 88dB이며, 재생 주파수 대역은 50Hz~22kHz로 비교적 평이한 수준이다. 더불어 뒷면의 연 결 단자는 바나나 플러그를 지원하는 바인딩 포스트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바이 와이어링은 지원하지 않는다. 북셀프 형태의 리어 스피커는 2웨이 2스피커 구성으로 프런트에 사용된 동일한 트위터와 우퍼가 각 각 1개씩 장착되어 있으며, 센터 스피커는 여기에 우퍼가 1개 더 장착된 모습이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구성 은 앞서의 설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2채널 스테레오 재생을 고려해 프런트 스피커를 강화하는 한편 5.1채 널의 영화 소스 재생 시에는 센터 채널의 전달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블 우퍼로 구성되는 등 다용도 보급형 제품의 이상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100W의 파워앰프가 내장된 서브우퍼는 포워드 파이어링 방식으로 콤 팩트한 몸체와는 달리 비교적 대형에 속하는 250mm 구경의 펄프 진동판 소재 우퍼가 사용되었으며, 후면에 는 음량 및 크로스오버 주파수 조절용 노브와 위상 반전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서브우퍼를 포함한 각 채 널별 스피커의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음질 개선을 위한 기술력과 물량이 가격대를 크게 상회하는 수 준으로 투입되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레오 재생까지 만족시키는 풀 스케일 시스템

이 시스템이 들려주는 소리는 고역대가 다소 강조된 가운데, 전체적으로 타이트함이 느껴진다. 에어로의 여타 제품들이 매우 부드 럽고 자극이 없으면서도 시원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그 차이가 두드러지 는 수준은 아니다. 더불어 번인 기간을 통해 그 차이점마저 상쇄되어 다소 자극적이고 경질에 가까웠던 소리 는 점차 앞서의 공통된 특징들을 찾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물론 보급형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중역 대의 묻힘이 이 시스템에서도 엿보이지만, 미드레인지와 우퍼 유닛의 반응은 비교적 신속한 편으로 답답함 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수준. 여기에 어느 정도 두께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는 동급의 여타 제품들에 비해 착색이 덜한 편이지만, 메마른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영화 소스를 통한 5.1채널의 재생에 있어서는 센터 채널의 대사 전달이 명쾌하며, 각 채널간의 밸런스가 적절히 유지되면서 자연스러운 사운드 스테이지를 연 출하지만 리어 채널의 상대적인 빈약함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반면 프런트 채널만을 사용한 스테레오 재 생에 있어서는 확실히 동급의 소형 시스템과 차별화된 소리를 들려주는데, 결과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제품 으로서는 상당히 효과적인 스테레오 재생 능력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 스템의 서브우퍼를 통해 재생되는 저역대는 깊고 풍성하기보다는 적당히 억제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서브우 퍼의 유닛 구성이나 출력에 비해 양감이나 파워는 다소 부족한 인상이지만, 부밍이나 밸런스의 흐트러짐 없 이 안정적으로 가라앉은 저역대는 전체 대역과의 조화에서 두드러짐이 없어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다. 반응 속도 역시 우수한 편으로 영화 재생에 있어 다소 파워가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겠지만, 상대 적으로 음악 소스의 재생에서는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풀 스 케일로 구성된 일정 수준 이상의 5.1채널 스피커 시스템의 가격이 100만 원을 채 넘기지 않는 경우는 외산 모 델은 물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국내 제품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에어로 시스템의 980 시 리즈는 거품이 제거된 현실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는 일부 외산 제품들과 비교한다면 이 시리즈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그도 그럴 것이 성능만을 놓고 본다면 가격만큼 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을 앞서는 기특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적어도 보급 기 시장에 있어서만큼은 이제 ‘국산 제품이니 좀 더 좋게 봐 달라’는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무 엇보다 반갑다. 세련된 디자인의 소형 시스템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음악 소스의 재생까지 효과적으로 수행해내는 이 제품 나름의 매력도 결코 만만하지 않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