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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묘사력 지닌 모범생 같은 스피커, 와피데일(Wharfedale) 다이아몬드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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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품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다양한 기기들을 들어 보면 나도 모르게 질서에 감탄한다. 수많은 기기들의 상대적인 가격 질서는 오디오계에 신이 있는 것이 아닐까 궁금할 정도로 조화로운 것이다(필자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오해 없으시길).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더 비싼 것이 소리가 좋다.
물론 많은 기기들 중에는 그 음질이나 성능으로 볼 때 터무니없이 비싼 것들도 본다. 이런 제품 개발자들은 아마 자신들의 귀만을 너무 믿었거나, 아니면 매니어들의 허영심을 자극해서 한건 크게 하자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음질이나 성능에 비해 저렴한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 기기들도 가끔은 눈에 띈다. 분명히 더 받아도 될텐데 스스로 겸양지덕을 발휘하여 저렴한 가격을 붙여 놓은 제품들.
와피데일은 오래 전부터 이렇게 겸손한 제품들의 선봉에 서 있던 브랜드다. 오래 전에는 ''에어데일''이라는 굉장한 대형 스피커도 만든적이 있지만 지난 십 수년 간의 이력을 보면 동사에서 비싸다고 하는 스피커라고 해야 ''Harewood''나 ''Coleridge''정도여서 중급 하이엔드 브랜드의 입문기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대였다. 그러나 수수하지만 기품 있는 디자인과 고역의 화사한 질감은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 재생하게 남아 있다.
와피데일을 유명하게 만든 스피커는 무엇보다도 다이어몬드 시리즈였다. 좋은 스피커를 꼽을 때 항상 거론되었던 스피커로, 작고 보잘것없는 인클로우저와 비싸지 않은 유닛으로도 얼만든지 충실한 밸런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스피커였다. 십년쯤 전에 음악을 좋아하던 후배 직원이 결혼하며 적당한 오디오를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다이아몬드Ⅳ를 추천했던 기억이 새롭다.
와피데일의 다이어몬드 8 시리즈는 7시리즈의 어두운 마무리를 벗어 던지고 밝고 참신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프론트용인 8.4에 채용된 트위터는 프레임이 보이지는 않으나, 이 정도 가격대의 톨보이에서는 보기 힘든 25mm 구경이다. 중저역은 B&W의 CDM1에서 채용된 것과 매우 흡사한 페이즈 플러그가 돌출된 165mm 케블라 콘이다. 8.1은 동일한 트위터와 130mm 케블러 콘을 사용한 소형 북셀프. 센터는 8.1에 중저역 유닛을 하나 더 채용한 가상 동축형으로 매우 묵직하다. 서브우퍼는 250mm 우퍼가 내장된 제품으로 단순한 모습이 호감이 간다.
우선 하이파이용으로 사용할 경우를 가정하여 8.4를 2채널로 들어 보았다. AV 스피커치고는 매우 차분한 소리를 가졌다는 것이 첫인상. AV 스피커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역의 현란함이나 멀미나는 저역은 나오지 않는다. 음장은 그리 넓지 않아 소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양옆으로 화려하게 펼쳐지지는않고, 뒤쪽으로 벽을 뚫고 들어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당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묘사하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다. 특히 닐 영을 빼어 닮은 우터 플란테이트나 More Than A Song 같은 포크 계열의 음악을 포근하고 정감 있게 그려 내는 표현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반면에 분석적이고 이지적인 차갑고 해상도를 강조한 소리와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한편, 신세시스의 니미스(Nimis)와 같이 저출력 진공관 앰프로도 풍성한 소리를 들들 수 있어서 일반적인 AV 앰프로도 쉽게 울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스 기기에는 온쿄의 유니버셜 플레이어 SP 800을, 그리고 로텔의 AV 리시버 1055를 프로세서로만 사용하고 5채널 파워 앰프 1095를 추가하여 AV 시청을 하게 되었다. 요즘 AV용 스피커들이 모두 화려한 극적 효과를 위해 자극적인 소리를 내는 것에 비하면 편안한 소리를 내어 주는 경향이 있다. 좀더 화려했으면 하는 느낌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기본기는 착실하게 갖추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어떻게 구사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여성 멤버들의 미모에 혹하여 거의 매일 밤 코어스의 런던라이브 공연을 보고 있다. 특히 보컬리스트의 애교에 푹 빠져 있는데, 어떤 분들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더 낫다며 필자의 취향에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이렇듯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진대, 어떤 오디오 기기도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다. 와피데일은 화려한 음향 효과와 숨막힐 듯 전개되는 활극 계열의 영화보다는 잔잔하게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를 더 좋아하는 분들에게, 록 계열의 음악을 정열적으로 즐기기보다는 밤늦게 흘러간 포크 음악을 듣다가 눈시울을 붉히는 그런 분들에게 잘 어울릴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 Audiophile 2003년 9월호 최상균님 글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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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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