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소리로 밀도감 넘치는 매력 돋보여


의욕과 신중함, 재빠름과 뚝심. 서로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인다. 의 욕이 넘쳐 만사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불굴의 도전정신,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그러나 모든 도전이 성공만 할 수 없는 것이 세상만사의 이치. 그래서 간혹 어떤이는, 새로움을 향한 도전은 그저 한 때의 치기라면서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과거와의 끈을 높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혈기 넘 치는 젊은 열정과 경륜이 주는 신중함, 이 둘은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15년 연구의 성과 Uni-Q 유닛

"보이는 것 그대로를 믿 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일반론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스피커 생산업 체 KEF사가 바로 대표적인 예.

지금까지 그들의 손을 거친 제품은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이다. 일 찍이 1960년대 부터 지금까지 거의 50년동안 그들은 쉴새 없는 열정을 뿜어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들은 무턱대고 새로운 것만을 쏟아내는 '치기'로 충만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들이 만약 그러했 다면 반세기의 역사를 어찌 버텼겠는가. KEF 사의 열정 뒤에는 치밀한 준비가 버티고 있었다. 최근 KEF사 가 내놓고 있는 제품들에 사용되는 UNI-Q 기술 개발 과정을 보아도 그렇다.

하나의 유닛 안에 두 개의 재생주파수대역을 처리하는 드라이버를 넣어 마치 하나의 소스에서 소리가 재생되는 듯한 느낌을 주 기 위한 KEF 사의 Uni-Q 기술은 이미 1988년에 시작되었고, 이제 네 번째 세대에 이르렀다.

각 주파수대역의 위상 차이를 극소화해 하나의 음원에서 들리는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기술은 다양 하게 존재 하지만, 이들처럼 오랜 시간 끝에 성과를 거두는 끈기가 돋보이는 곳은 드물다.

KEF사 는 최근 레퍼런스 시리즈, 코다 시리즈, Q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Uni-Q 기술을 적용한 유닛을 사 용하고 있다. 하이엔드 급 모델에 속하는 레퍼런스 시리즈 중 203은 이미 본지에 소개된 바 있다. 보급형 모 델에 속하는 Q 시리즈에는 톨보이형 스피커 시스템 Q7, Q5, Q3과 북셀프형 Q1,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 Q8s 와 센터 스피커 Q9c가 있다.


  속이 꽉 찬 소리로 청취자를 압도

이번에 리뷰한 시스템은 2.5웨이 방식의 Q5, 서라운드 방식의 Q8s와 센터 Q9c로 구성되 었다. 함께 연결한 AV 리시버는 충실한 재생력이 매력적인 데논 AVR-3802. 서브우퍼가 없는 시스템이지만 저역의 두께가 상당했다. 이는 탄탄하게 사운드를 밀어 주는 재주가 출중한 데논 AVR-3802의 영향이 적지 않았겠지만, KEF Q 시리즈의 밀도 높은 중역의 특성 또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저음이 깊이 있 게 재생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터운 중역과 저역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전반적으로 튼실한 사운드 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고역의 경향은 상당히 매끄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프런트용으로 사용 한 Q5와 서라운드용으로 사용한 Q8s의 성능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측면이 있어, 사운드의 에너지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프런트 스피커와 센터 스피커의 성능이 서라운드 스피커보다 다소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효과음을 사방으로 들려주는 넉넉함은 Q8s의 분명한 장점이기는 했지만, 고역의 일부 효과음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간혹 채널간의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스타워즈 에 피소드 1]과 [분노의 질주]에 나오는 경주 장면에서는 서라운드 채널쪽에서 나오는 각종 배기음과 파열음이 어설프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종일관 비가 내려 물소리가 영화 전반에 흐르는 [하드 레인]에서 댐이 홍 수로 무너지는 장면은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빗소리가 너무 깔끔하게 정제 된 소리로 들려 사실적인 느낌이 반감된다고 불평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데논 AVR- 3802의 경향을 이해한다면, 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KEF Q 시리즈의 장점이 아주 잘 드러난 [매그 놀리아]에는 하늘에서 개구리들이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땅바닥에 떨어지는 그 소리가 굉장히 묵직하 고 찰지게 들려 마치 눈앞에서 일이 벌어지는 듯하다.

최근의 추세를 잘 반영하는 깔끔한 디자 인, 현대 사운드에 알맞은 특성을 지난 스피커로 꾸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KEF 사의 Q 시리즈는 무엇보다 도 두터운 중역대를 바탕으로 한 밀도가 매우 높은, 알맹이가 단단한 소리를 들려주는 경향을 지닌 시스템이 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마리아와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이처럼 힘있고, 단단하게 들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리고 화사한 사운드를 좋아한다면, 좀더 중립적이거나 화려한 음색을 지닌 AV 리시버 와 매칭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 출처 : 월간오디오  글 발췌 ]